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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지

11. 두려움 - 끝

by 해방클럽장 2022. 12. 15.

 

 

 

 
 
사람은 과거만 알지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예전 그래프와 숫자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계속 변하고 사람의 대응은 다르다.
 
그래서 과거 지표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에 성공하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사람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얼마나 정직할까?
 
세상도 변하고, 과거에 대한 기억 또한 계속 변하고 있다면,
 
오늘 나의 결정은 과연 옳은 결정이 될 수 있을까?
 
 
 
 
 
 
 
드라마 해방일지 마지막 편에는 여주인공이 예전에 쓴 일기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과 일기장의 기록이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고백한다.
 
시골에서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삶을 살아 왔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일기장의 꼬마 주인공은 모든 것이 신나고, 뜨겁고, 즐거웠다.
 
 
 
 
 
 
 
 
이런 고백에 남주인공은 너무 좋아서 술을 마셨다고 답한다.
 
"편안하고 좋을 때도 그게 싫어서 깨 버리려고 확 마셔,
 
살 만하다 싶으면 얼른 확 미리 매 맞는거야,
 
난 행복하지 않습니다. 난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은 조금만 주세요. 제발 조금만.
 
아침에 일어나서 앉는 게 힘듭니다.
 
왔던 길을 다섯 걸음 되돌아가는 것도 못할 것 같아서 두고 나온 우산을 찾지 않고 비를 맞고 갔습니다.
 
아, 나는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쳤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좀."
 
꼭 내일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의 독백 같은데, 오히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하다.
 
과연 불행을 다짐하는 이들의 마음은 행복할까? 아니면 정말 불행할까?
 
 
 
 
 
사람의 기억은 그렇다.
 
믿고 싶은 그대로 믿고, 기억하고 싶은 그대로 기억한다.
 
추운 겨울에는 뜨거운 여름이 그립고,
 
따가운 햇살 아래는 그늘이 그립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가장 따분한 순간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가장 치열하고 열정이 넘쳤던 시절로 기억할 수도 있다.
 
어떻게 삶을 기억하느냐 에 따라 나의 미래도 변하게 된다.
 
 
 
 
얼마 전 새로 나온 플레이스테이션을 샀다가 다시 팔았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열정적인 게이머였지만,
 
현실은 죽어가는 내 케릭터를 앞에 두고 졸고 있는 아저씨였다.
 
게임을 하다 보면 뽑기로 꼭 필요한 아이템을 주고는 한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이 떨어지면 주사위를 굴려서 나눠 가졌는데,
 
몇 번 연속으로 당첨이 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난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이후로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게임에서만!
 
그래서 난 아직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굳세게 믿고 있다.
 
그러면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실제 삶에서 나의 투자 성과는 그다지 좋진 않다.
 
매번 더 오르고, 더 크게 먹을 수 있었는데, 항상 미리 포기하고 도망치고 했던 것 같다.
 
반대로 더 크게, 한 탕을 노렸던 한 방은 거의 매번 실패했던 것 같다.
 
왜 더 먹을 수 있을 때는 두려워하고, 자중해야 할 구간에서는 확신이 들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만 해서 그런 것이다.
 
실제로 위기가 있었으니까 그랬던 것이고, 실제로 안전했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돌아보면 그다지 좋지 않은 실적에,
 
미래를 알아 볼 실력도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에 의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살 수 있을까?
 
 
 
 
사실 이번 글은 내가 구상했던 내용이 전혀 아니다.
 
글을 쓰려고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 분명 같은 내용으로 글을 적었던 것 같았다.
 
예전 일지를 찾아 보니 무려 2년 전에 내가 쓰려는 그 글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 해가 특별히 힘든 것 같지만, 2년 전에도, 그 앞 3년도, 계속 계속 힘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꼭 어제 쓴 글처럼, 롤러코스터 이야기도 나오고, 삶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난 어쩌면 과거로부터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과거도 미래도 알 수 없다.
 
두려움에서 해방되려면 믿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복 받은 사람이라고, 내가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사람은 믿는대로 된다.
 
모든 믿는 이들에게 복이 가득하기를.
 
 
 
멘탈노트.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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