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작가는 가지고 싶은 남자와 되고 싶은 남자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년의 남성이 화제인데 작가는 그를 나이스한 멍멍이라고 칭한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아낌없이 지원할 수 있는 부를 가졌고 심지어 아이와 보낼 시간까지도 가진 완벽한 남자다.
그래서 그가 왜 멍멍이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이 드라마에는 버르장머리 없는 나이스하지 못한 멍멍이들이 나온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재능을 마구잡이로 쓰는 미친 멍멍이들이 이 나이스한 멍멍이의 대척점에 서 있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파괴하는 일들을 거듭한다.
이 중년의 남성은 쉽게 매혹 되거나 감정적이 되지 않는다.
그는 관심 있는 이성이 주는 음식을 탄수화물이 들었다며 거절한다.
그는 자신은 담배를 피지 않아도 자신의 아내가 피는 담배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당장 묻고 싶은 것이 있어도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반면 다른 멍멍이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늘어 놓는다.
자기 멋대로인 멍멍이들과 대비 되는 그의 멋짐은 폭발한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재미로도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모습은 경이롭다.
바둑은 절제다.
바둑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 번에 두 수를 둘 수 없다.
내가 먼저 두면 상대방이 다음 수를 둘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사람들은 카리스마의 중년 신사에 환호하지만,
정작 자신이 이런 나이스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반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멍멍이가 되고 싶어한다.
돈과 부 그리고 권력을 탐하는 이유가 대부분 멍멍이가 되고 싶어서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려는 몸부림이다.
먹고 싶은 것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짖고 싶을 때 짖는 그런 자유.
이타적인 이유보다 이기적인 사유가 더 많을 때 그건 못된 멍멍이의 삶이 된다.
불행하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멍멍이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결승점 앞에서 깨어난 이들과 다이아몬드 수저를 가진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언젠가까지 난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일군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 보면 승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패배자에 불과하다.
승률은 형편 없는데도 내 삶이 오히려 윤택해 진 것은 오로지 시기를 잘 타고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우연히 상승기에 집을 사고 누군가는 돈을 열심히 모아서 막차를 탄다.
그냥 그 때 돈이 있어서 산 것이지, 돈이 있는데 집을 안 사고, 돈이 없는데 집을 사는 일은 없다.
다들 자기 잘나서 돈을 벌었다 못나서 돈을 잃었다 자찬하고 자책하지만 들여다 보면 그럴 일이 아니다.
멍멍이가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이 내리는 일이라면,
정작 정말 중요한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아니고는 내가 결정한다.
난 나이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적절한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을 조절하고,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 주는 일 같은 것은 결코 타고나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 같은 것 볼 시간에 조금 더 야무지게 살면 넘치는 것이 시간이고 기회다.
올 해를 시작하면서 나의 삶을 가득 채워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기록을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진도가 나가지 못하는 것도 있고,
정말 놀라운 반전을 이룬 기록도 있다.
난 매일 기록을 하면서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그제 보다 어제의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었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멍멍이가 되는 것은 잠시 제쳐두어도 괜찮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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