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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지

2. 잠깐 쉬세요.

by 해방클럽장 2022. 9. 14.

 

 
 
어렵게 잡은 데이트나 취업 인터뷰 등 중요한 만남에 늦어본 기억들은 한 번씩 있습니다.
 
양쪽 균형을 잡아 놓은 넥타이가 풀릴까, 혹시 땀이 나서 화장이 번지지는 않을까?
 
급한데 뛰지는 못하고 동동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가득합니다.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첫째 딸 기정은 남성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일도 잘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는 솔직하고 직선적입니다.
 
그녀는 "애타고 간질간질하고... 다 불쾌 아닌가요?" 라며 일반적인 사람들의 연애 감정에 질문을 던집니다.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 찬 연애는 그녀에게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숨기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사람이 연애 고수라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상대방에게 무한한 애정을 퍼붓는 사람은 연애 바보입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

 
 
 
그런데 연애의 목적이 언젠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정착하는 것이라면 연애 고수보다 연애 바보가 상대로는 좋을지도 모릅니다.
 
짜릿한 연애 감정이 영원하지 못한 것은 사실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잠시 타는 롤러코스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하지만 수십 분을 계속 타고 있어야 한다면 결국 토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긴장감을 사랑이라 오해하면 결혼 이후에도 연애 상대를 찾을 수 밖에 없거나, 배우자에게 속마음을 속이고 골리는 일을 거듭할 것입니다.
 
집에서도 연애의 숨바꼭질을 계속하려면 참 피곤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온 상대방이 급하게 사정을 설명하려고 하자 기정은 오히려 "좀 쉬세요!" 라고 말합니다.
 
연애 고수라면 샐쭉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더 긴장하게 만들고 더 미안하게 만들어서 원하는 것을 받아낼 것입니다.
 
그런데 연애 바보는 상대방에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배려 해 줘서 회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살다 보면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그런 일 따위에 부채감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빚지고 받아내는 행위가 아닌 배려와 포용이라고 재정의 합니다.
 
 
 
 
 
 
결혼은 생활입니다. 그리고 삶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정에서 필요한 것은 긴장감이 아닌 평안함 그리고 쉼일 것입니다.
 
매일 새롭지 않아서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누군가는 불만을 터트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의연한 현실이 오히려 평안함인 것을 깨닫습니다.
 
쉼. 해방. 자유. 어쩌면 같은 뜻을 가진 단어들일 것입니다.

 

 
해방노트
 
-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 11:28
-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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