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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발걸음

1. 가난의 구렁텅이

by 해방클럽장 2023. 3. 11.
 

 

 
이 글은 고양이에 관한 포스트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고 이빨은 날카롭게 찢는 기능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고양이는 사료를 몇 알을 물어서 깨뜨려서 먹는다.
 
육식 동물인 고양이는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에 충치가 없다.
 
침에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 자체가 없고,
 
구강 환경이 알칼리성이라서 세균 번식이 쉽지 않다.
 
고양이의 기대 수명은 십 년 안팍으로 이빨 건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사람은 평평한 어금니로 음식물을 씹어 먹을 수 있다.
 
사람은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하고 침에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당분은 세균의 영양분으로 사용되며 축축하고 약한 산성의 구강 환경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사람의 기대 수명은 고양이의 10배 가까이 되기에 치아 관리는 필수적이다.
 
 

 

 

 
 
가난의 구렁텅이가 그렇다.
 
처음에 천천히 구르기 시작할 때는 잘 모른다.
 
계속 두어 번 구르기 시작해서 가속도가 붙으면 그제야 조금 깨닫는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처음에는 그냥 돈이 없는 줄 알았다.
 
주에 69시간을 일하게 되면 시간도 모자란다.
 
삶은 피곤하고 먹는 것은 대충 때우게 된다.
 
몸은 고단하고 배는 고프고 빨리 나오고 저렴한 패스트푸드와 친해지기 마련이다.
 
패스트푸드는 내 혈관을 지방으로 채우고 콤보로 나오는 콜라는 이빨을 녹인다.
 
 

 

 
 
고양이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동물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나' 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은 거울을 본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나' 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리는 덥수룩하고 주름이 늘었다.
 
지난 홍수 때 칫솔 충전기를 버린 것이 기억이 난다.
 
다음날 꼭 충전기를 사야지 매일 같이 다짐을 하고 대충 씻고 잠에 든다.
 
피곤하니까. 그리고 또 까먹는다.
 
 
 

 

 
 
그렇게 하루를 낮과 밤 없이 살다 보니 몸이 병 들었다.
 
독감으로 앉아 있을 힘도 없어서 병원 의자에 누워서 순서를 기다렸다.
 
한국이면 포도당 주사라도 놔줄텐데, 이곳 진찰은 해열제를 쥐어주고 끝이 난다.
 
진료비만 $160불에 코비드 검사비로 $35불을 더 뺏어갔다.
 
힘들고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가난의 구렁텅이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냥 이대로 가면 죽겠다 싶어서 파워 레이드를 몇 병 샀다.
 
포도당 주사가 아니면 포도당 주스라도 마셔야 살겠다 싶었다.
 
그렇게 살아 남았다.
 
 

 

 
다시 거울을 봤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다.
 
세수를 하고 칫솔을 찾는데 없다.
 
입을 벌려 보니 잇몸이 붓는 상태를 지나서 녹아 내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이빨 다 뽑히겠다 싶었다.
 
 

 

 

 

 
 
바로 나가서 칫솔을 사왔다.
 
잇몸이 무너지면 이빨이 빠지고,
 
이빨이 빠지면 밥을 못 먹고,
 
밥을 못 먹으면 기력이 딸린다.
 
호랑이도 이빨이 빠지면 가죽만 남는다.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기어 나오려면 이빨을 열심히 닦아야 한다.
 
 
 
멘탈노트.
 
치과는 GP보다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