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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지15

16. 상처 뿐인 영광 영광이라는 드라마는 악인들의 서사를 생략한다. 작가는 그들이 왜 악마가 되었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악마다. 왜 무당에게 점을 치는지, 왜 돈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지, 왜 미쳐있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한 순간도 빠짐없이 악마였고 앞으로도 악마일 뿐이다. 개울에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아무런 의미나 생각 없이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돌에 맞고 피를 흘리다가 칼을 갈아서 돌 던진 사람을 찌르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돌 던진 사람은 따로 있고 돌에 맞은 사람은 신고 되어 경찰에 연행된다. 과연 누가 악마인가? 우발적 괴롭힘과 계획적 살인 중 더 나쁜 것은 무엇인가? 잡히지만 않으면 나쁜 것이 아닌가? 법으로 문제만 안 되면 도덕적 판단은 필요 없는 것일까? 바.. 2023. 3. 15.
14. 삶의 기본 모드 - 고난 태풍이 온다. 그런데 막상 할 일이 없다. 처분하기 애매했던 물건들은 이미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집을 메우고 있던 가재들이 이제 차고 하나 분량 밖에 남지 않았다. 물에 젖은 물건들은 불과 하루만에 썩기 시작하는데, 냄새가 나서 도저히 집 안에 둘 수가 없다.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삶의 끝은 죽음이고, 죽음 이후에는 썩는다. 원래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무에 달린 과일을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먹으면 죽는다고 한 과일을 먹게 되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 이후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고, 매일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달콤한 과일을 먹던 존재가 쓴 맛의 채소를 먹게 된 것도 그 이후다. 사람은 흙에서 난 식물을 먹고,.. 2023. 2. 11.
13. 왜 하도영처럼 살지 않는가? 더 글로리 작가는 가지고 싶은 남자와 되고 싶은 남자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년의 남성이 화제인데 작가는 그를 나이스한 멍멍이라고 칭한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아낌없이 지원할 수 있는 부를 가졌고 심지어 아이와 보낼 시간까지도 가진 완벽한 남자다. 그래서 그가 왜 멍멍이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이 드라마에는 버르장머리 없는 나이스하지 못한 멍멍이들이 나온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재능을 마구잡이로 쓰는 미친 멍멍이들이 이 나이스한 멍멍이의 대척점에 서 있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파괴하는 일들을 거듭한다. 이 중년의 남성은 쉽게 매혹 되거나 감정적이 되지 않는다. 그는 관심 있는 이성이 주는 음식을 탄수화물이 들었다며 .. 2023. 1. 23.
12. 무엇이 영광이란 말인가? 영광은 찬란하게 빛날 정도로 명예로움을 뜻한다. 더글로리의 주인공은 웃지 않는다. 웃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웃지 않는다. 작가는 괴로운 과거에 사로잡혀 이성을 놓아버린 흔하고 흔한 악마를 그리지 않는다. 인간미를 그대로 간직한 상처 받은 영혼이 절제 된 품격으로 과거를 마주한다. 자기 마음대로 폭주하는 삶들과 대비되는 그녀의 담담한 발걸음은 많은 응원을 받는다. 받은 것을 절반 정도 갚아줘 봐야 복수가 되지 않는다. 하나 받은 것을 둘로 돌려줘야 복수가 된다. 악마들이 어린 아이를 상대로 벌여 놓은 추악함을 두 배로 돌려주려면, 더 커다란 악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복수의 완성은 찬란하게 빛나는 명예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순간들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해.. 2023. 1. 16.
11. 두려움 - 끝 사람은 과거만 알지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예전 그래프와 숫자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계속 변하고 사람의 대응은 다르다. 그래서 과거 지표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에 성공하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사람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얼마나 정직할까? 세상도 변하고, 과거에 대한 기억 또한 계속 변하고 있다면, 오늘 나의 결정은 과연 옳은 결정이 될 수 있을까? 드라마 해방일지 마지막 편에는 여주인공이 예전에 쓴 일기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과 일기장의 기록이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고백한다. 시골에서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삶을 살아 왔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일기장의 꼬마 주인공은 모든 것이 신나고, 뜨겁고, 즐거웠다. 이런 고백에 .. 2022. 12. 15.
10. 두려움 2편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 것이다. 물욕과 감정만 다스리면 돌과 뼈 같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서 기어코 롤러코스터를 탄다. 사람들은 왜 두려움에 맞서 롤러코스터를 탈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절 콜럼버스는 후추를 찾아 대서양을 건넜다. 당시에는 지구가 평평해서 서쪽으로 가면 절벽에 떨어진다고 믿었다. 콜럼버스는 왜 그런 위험천만한 항로 개척에 나섰을까? 인플레이션이다. 아직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상한 고기를 먹으려면 후추가 필요했다. 후추는 인도에서 수입해야 했는데 이슬람 세력에 의해 육로가 막히자 후추 가격이 올랐다. 사람들 목숨값보다 후추 가격이 오르니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을 지구 끝으로 내몰아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왜 투.. 2022. 12. 11.